의도하지 않은 베팅이 숨어 있나?
"잘 분산했다" 고 생각했는데 분석해보니 SMB 베타가 0.7 로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. 자기도 모르게 소형주에 크게 베팅 중이었다는 뜻이에요. 대형주가 강세인 시기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노출인데, 본인은 모르고 있었던 거죠. 알고 베팅하는 것과 모르고 노출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.
1992년, Eugene Fama 와 Kenneth French 는 수십 년치 미국 주식 데이터에서 시장 위험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두 가지 체계적 패턴을 발견합니다. 소형주가 대형주보다,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냈다는 것. 그래서 그들은 수익률을 네 가지 출처로 분해하는 모델을 만듭니다.
당신의 초과수익 = β₁ × 시장(MKT) + β₂ × 규모(SMB) + β₃ × 가치(HML) + 알파(α)
베타(β)는 각 요인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, 알파(α)는 세 요인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잔여 수익을 뜻합니다. "내가 잘했다" 고 주장하려면 알파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양수여야 해요.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수익은 단지 어떤 위험을 감수한 보상일 뿐입니다.
분석 결과 페이지의 베타(β) 값들과 알파(α)는 당신 포트폴리오의 수익이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를 보여줍니다. 아래는 +15.4% 연간 수익을 낸 예시 포트폴리오의 분해입니다.
이 예시에서 +15.4% 중 시장이 끌어올린 부분이 +9.2%p 로 가장 큽니다. 즉 "시장이 좋았기 때문에" 번 수익이 60% 를 차지해요. 알파는 +2.3%p 로 전체의 15% 정도. 이 알파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면 "진짜 실력" 이고, 유의하지 않다면 우연일 가능성이 큽니다.
당신의 분석 결과는 셋 중 어떤 형태에 가까운가요?
α 가 양수이고 p-value 가 0.05 미만. 세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과수익이 통계적으로 존재합니다. 단, 분석 기간이 충분한지(최소 36 개월), 거래비용을 반영했는지 점검은 필수.
알파가 0 에 가깝다면 당신의 수익은 사실 어떤 요인에 노출된 결과입니다.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에요 — 다만 "내가 잘했다" 가 아니라 "내가 어떤 위험을 졌다" 라는 정확한 표현이 됩니다.
α 가 음수라면 같은 요인 노출을 가진 단순 ETF 보다도 못한 상태. 종목 선택이 가치를 더하기는커녕 깎아먹고 있다는 신호. 차라리 인덱스 ETF 로 갈아타는 게 합리적일 수 있어요.
베타 값과 알파만 보고 끝낼 게 아니에요. 이 숫자들로 다음 다섯 가지를 실제로 할 수 있습니다.
"잘 분산했다" 고 생각했는데 분석해보니 SMB 베타가 0.7 로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. 자기도 모르게 소형주에 크게 베팅 중이었다는 뜻이에요. 대형주가 강세인 시기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노출인데, 본인은 모르고 있었던 거죠. 알고 베팅하는 것과 모르고 노출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.
경기가 도는 동안 빛나는 팩터도 같이 돕니다. 회복 · 확장기 엔 중소형주(SMB+)와 시장 베타 높은 종목이 상승을 빠르게 흡수하고, 정점 · 침체기 엔 대형 안정주(SMB−)와 낮은 시장 베타가 손실을 줄여줍니다. Markowitz 가 위험의 총 크기를 보여준다면, 3-Factor 는 같은 위험 안에서 어떤 종류의 위험이 존재하는지 보여줍니다. 단, 경기 국면을 정확히 짚는 일 자체가 어려운 만큼 한 방에 베팅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옮기는 게 안전해요.
포트폴리오에서 A 주식을 빼고 B 주식을 넣으려고 합니다. 아무 종목이나 끼우면, "신중한 파수꾼" 이었던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어느새 더 공격적인 다른 유형으로 바뀌어 있을 수 있어요. 두 종목의 3-Factor 베타가 비슷하다면 종목은 바뀌어도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 구조와 기대수익률 구성은 유지 됩니다. 즉 분산 효과 · 변동성 · VaR 같은 지표가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. 종목은 바꾸되 성격은 지키는 방법입니다.
"시장보다 +5% 좋은 펀드" 라는 광고를 그대로 믿지 마세요. 그 +5% 가 알파인지, 단순한 요인 노출인지가 핵심입니다. 시장 베타 1.2 와 SMB 베타 0.3 을 가진 펀드가 작년에 +5% 더 벌었다면, 그건 매니저의 실력이 아니라 "시장에 더 노출되고 소형주를 더 들고 있었던" 결과일 수 있어요. 알파와 p-value 까지 봐야 진짜 평가가 가능합니다.
분석 결과 알파가 명확한 음수로 나왔다면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할 진실이 있어요. 당신의 종목 선택이 같은 팩터 노출을 가진 단순 ETF 보다 못한 결과 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. 이때 개별 주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. 노출하고 싶은 팩터(예: HML 가치) 는 그대로 살리되 종목 선택은 시장에 맡기세요. 같은 팩터 보상을 받으면서 개별 기업 리스크는 지우고, 비용도 더 저렴합니다.
좋은 모델일수록 어디까지가 자기 영역인지 알고 써야 합니다. 분석 결과를 맹신하지 않기 위한 네 가지.
요인은 발견된 것이지 법칙이 아닙니다. SMB · HML 은 과거 데이터에서 통계적으로 발견된 패턴이에요. 미래에도 똑같이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. 모델 출력을 "사실" 이 아니라 "가설" 로 다루는 자세가 중요해요.
규모 · 가치 프리미엄은 1926~1990 년 미국 데이터로 발견됐어요. 그런데 2010 년대 미국에서는 가치 프리미엄이 한동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. 평균적으로 + 라는 것과, 다음 10 년에도 + 라는 건 다른 얘기예요.
미국에서 발견된 효과를 한국 · 일본 · 신흥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어긋날 수 있어요. 한국 시장에선 SMB 가 일관되게 양수가 아니었던 시기도 있었고, HML 의 부호 자체가 다르게 나오는 기간도 있었습니다. 시장별 모델을 따로 봐야 정확합니다.
HML 은 보통 PBR(주가순자산비율) 로 가치주를 정의해요. 그런데 무형자산(브랜드 · SW · 데이터) 비중이 큰 현대 기업의 진짜 가치는 장부에 안 잡힙니다. 즉 "PBR 이 높다 = 비싸다" 는 등식이 점점 깨지고 있다는 거예요. 가치의 정의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흔들립니다.
3-Factor 이후로도 모멘텀(WML), 수익성(RMW), 투자(CMA), 저변동성, 퀄리티 등 새로운 요인들이 계속 발견됐어요. 3-Factor 만으로 분해하면 "설명 안 된 부분이 다 알파" 처럼 보이지만, 실은 그 안에 다른 요인들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.
3-Factor 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에요. Fama 와 French 는 2015 년에 두 요인을 더한 5-Factor 모델을 발표했습니다. 수익성(RMW)과 투자(CMA)를 추가해서, "수익을 잘 내는 회사" 와 "투자를 절제하는 회사" 가 더 높은 수익을 낸다는 추가 패턴을 반영한 모델입니다.
3-Factor 에서 알파로 잡혔던 부분이 5-Factor 에선 RMW 나 CMA 로 설명될 수도 있어요. 즉 "숨은 알파" 가 줄어들고, 더 정직한 평가 가 가능해집니다.
수익성(RMW)과 투자(CMA) 두 요인을 추가해 수익률을 더 세밀하게 분해합니다. 3-Factor 에서 알파로 잡혔던 부분이 사실은 어떤 요인 노출이었는지 가려낼 수 있어요. "내 알파가 진짜인지" 한 단계 더 검증하는 도구입니다.